봄날의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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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남이쓰는이야기

무거운 새벽, 그녀의 전화

IZAKA 2010. 10. 11. 11:26




밤새 뒤척인 탓 인지 온몸이 기름칠 덜 된 자전거의 체인 마냥 삐걱 거렸다. 기지개를 잠깐 쭉 펴고 다시 잠들고만 싶은 새벽. 눈을 뜨자마자 아무런 소식도 없을 핸드폰을 살펴본다. 아무것도 없을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건물에 꿈뻑 인사를 하고 있는 솔의 사진이 실없는 미소를 짓게 했다.

 

아침 PT를 다녀온 뒤 시계를 보니 솔이 머리를 감고 나와서 말리고 있을 시간이 되기까진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잘 놀다와서 감기가 심해져 있던데 몸은 괜찮은지,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자취를 하거나 혼자 살 경우엔 항상 먹어도 허전하고 어딘가가 채워지지 않아 항상 쓸쓸한 법이다. 어제는 또 먹은게 체했다며 낑낑 거렸는데.. 늦게 일어나면 게을러 진다고 항상 일찍 일어나는 솔은 코 앞에 있는 5분 거리의 편의점에 잠시 들러 물을 사 오는것이 귀찮다고 한다. 귀여운 사람. 또 다시 이런 저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넘어서, 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어제밤이 마음에 걸렸다. 18자리가 넘는 번호들을 안보고도 이제는 누를 수 있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솔의 목소리는 새삼 스럽지도 않게 역시나 가라 앉아 있었다. 졸린것 반, 졸린데 성가시게 구는 남자친구에게 난 짜증 반반.

 

" 왠일로 이 시간에 안자고 평소에 안하던 아침 전화를 다하고..! "

  (아씽.. 그래도 하루도 안 거르고 통화하는데..)

 

원래는 자주 하던 아침 전화를 하루일과 시간이 변해버린 나로 인해 못하게 되었던 것인데 미쳐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쨋든 오늘도 서운함 가득한 솔의 목소리를 들어버렸다.

그것도 이틀 연속..

 

아무래도 나는 둔해빠진 남자친구인임에 틀림 없나 보다.

 

 

 

Written By Lee, Jae Jun

2010. 9. 27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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